건강한 자존감
인터넷은 무조건 Internet Explorer 아니면, Safari라고 생각했던 저는, 3년 전부터 Chrome을 메인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Chrome에서는 유용한 확장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하는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확장 프로그램은 'Momentum'입니다.
매일 바뀌는 아름다운 사진, 그리고 가운데 'What is your main focus for today?' 라고 제게 묻는 질문,
그리고 맨 아래에 보이는 영어 격언...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뉴스나 검색어 순위를 먼저 맞이하던 이전보다 저는 지금의 단순한 화면이 참 좋습니다.
(유료 회원가입을 하면 추가 기능이 참 많다는데, 그 정도 Loyalty까지는 아직 생기지 않네요..ㅎㅎ)
사실 여태까지 Momentum을 활용하면서 맨 아래에 있는 격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격언은 이렇게 제가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기게 할만큼 제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Self-esteem is the ability to see yourself as a flawed individual and still hold yourself in regard." - Esther Perel
(자존감은 자기를 결함이 있는 개인으로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존중하는 능력이다.)
Ester Perel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찾아보니 가족/커플 전문 심리치료사네요. 벨기에에서 태어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부모님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라고 합니다. 제가 일일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왠지 그녀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생존', '안전에의 욕구', 더 나아가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학부에서 사회심리학을 전공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심리학과다운 과제들이 쏟아졌지요.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태도, 행동, 감정 중 무엇이 먼저인가?', '나의 장점과 단점' 등의 리포트 주제가 쏟아졌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왜 제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는가, 그 이야기를 써내려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학부 시절부터,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저는 저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는, 그 모든 활동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참 좋아했죠. 그런데, 20대에 뒤늦은 사춘기와 같은 시간을 지나 오면서 저는 저를 직면하기를 점차 두려워했고, 어딘가로 침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눈이 반짝이던 사람에서 점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나를 포장하기에 바빴습니다. 한 마디로, 자존감이 높지 않습니다. 제 친구들은 제게 자존감이 높고, 의젓하다고 칭찬해주곤 하지만, 제가 저를 바라보는 모습은 도무지 만족이라곤 없습니다.
오늘 Momentum이 제게 떠올리게 한 'Self-esteem'이라는 단어, 정말... 알다가도 정말 모를 그 '자존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묵상하다가, 예전에 제가 거의 8년 정도 섬기던 교회 대학부에서 한 목사님께서 'What would Jesus Do?'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때 친구들과 'WWJD' 팔찌를 만들어 내 하루하루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마음과 행동을 보이기를 원하실까, 그런 순수한 열망과 고민을 서로 나누곤 했습니다.
저는 20대에 저 스스로를 높이고, 또 높일 생각에 오히려 WWJD와는 반대되는 생각과 행동을 참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자존감에 대해 그렇게도 많이 머리로 생각하고, 글로 써보고, 말로 표현했지만, 내 장점과 내가 더 높아질 기회들을 찾아가는, 믿음과 내 행동이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는 지도 모른체, 목적 없이 표류했던 것 같습니다.
MBA에서 봄학기 기말 프로젝트 보고서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카페에 앉아있는 지금,
분석 보고서 초안을 쓰다가 Esther Perel의 말을 하나님 안에서 재해석 해보았습니다.
"진정으로 건강한 자존감은 하나님 안에서 찾는 자존감이다.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고 하나님 안에서 나를 더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조르는 것이 아니라,
내 약함도 내 강함도 모두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함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날 사랑하시는 이를 믿어야 한다."
29살에 퇴사를 하고, 감사하게도 MBA에 입학해 두 학기를 보낸 지금,
저는 지난 시간들이 하나님과 함께한 여정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나와 하나님의 거리가 어제보다 더 가깝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을 회복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