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성경읽기] 1일차 - 창세기 1~13장

제가 작년까지 다니던 교회에서 매 학기마다 90일 성경통독반을 운영하곤 했습니다. 이제는 그 교회에서 나오셔서 교회를 개척하신 목사님을 따라 저도 4월부터는 새로운 교회에 출석을 하고 있는데요. 목사님께서 전에 계셨던 교회에서 90일 성경통독반을 여러 해 섬기셨기 때문에 성경통독반 강의와 운영에 있어 능숙하십니다. 그 능숙함보다 사실 목사님이 대단하다 느끼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접어든 요즘, 온라인 강의를 직접 만들어서 통독반을 등록한 성도들에게 보내주시고, 출석 체크나 완독 여부를 체크하는 일도 도맡아 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약 86명의 지체들을 성실하게 인도하심을 보니 저도 자극을 받아서 오늘 오전 5시 30분에 몸을 일으켜 성경 통독 1일차를 성공해냈습니다. 

 

어제 1일차 통독에 앞서 올리신 라이브 강의에서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율법적 복음과 복음적 율법 이야기를 하시다가, 내가 성경통독을 한다는 사실에 우쭐해지거나 남의 신앙보다 더 앞선 것처럼 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율법적 복음이라고 하시면서요. 율법적 복음은 결국 남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정죄의 마음이 들게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복음적 율법은 이와 다르게 성경 말씀을 읽어감에 따라, 이 말씀이 모두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주인으로 사실 때 나타나는 하나님의 열심과 의가 바로 복음적 율법입니다. 통독을 시작함에 있어, 제가 스스로 죄인임을 알아가고 하나님 은혜 없이 저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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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창세기 11장 9절

여호와께서 온 땅의 언어를 그 곳에서 뒤섞어 놓으셨으므로, 그 곳의 이름은 바벨이 되었습니다. 또한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온 땅 위에 흩어 놓으셨습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 가장 인상깊은 구절은 바벨탑 사건입니다. 바벨은 '혼돈'을 뜻한다고 합니다. 바벨탑은 인간이 하나님의 위치에 설 수 있다고 믿고 인간의 지혜로 행복한 지상 천국을 건설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의 행위라고 하는데요. 3절에서 벽돌과 역청을 만들게 된 인간은, 4절에서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우고 '우리 이름을 널리 알리고, 온 땅에 흩어지지 않도록 하자' 라는 꿈을 꾸게 됩니다. 이러니 요즘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이 세워진 건물들을 일컬을 때 '바벨탑'이라는 표현을 쓰나 봅니다. (빈센조라는 드라마에서는 악덕 기업을 바벨그룹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제가 사실 이 구절에 주목하게 된 것은, 제가 1년 사이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실리콘 밸리의 최신 기술, 문화, 신사업 영역 등을 공부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아직 더 공부해야 하겠지만, 실리콘 밸리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여건상, 신앙을 가지기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오래 일하다 온 제 예전 직장 상사도 그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습니다. (물론 그분은 크리스천이 아니었습니다.) 실리콘 밸리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믿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며 마음 속에 'Just Do it'과 'Get Sh** Done'을 되새기면서 일하는 문화라고 했지요. 저는 그 말이 오히려 사람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요. (얼마나 나약하면 자기 최면을 그렇게 의식적으로 해야하는가 싶어..) 

 

아무튼, 기술과 사상의 발전으로 하나님보다 앞서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심을 오늘 1일차 성경통독을 통해 다시금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모처럼 일찍 일어나서 제 방의 불을 켜고 블로그 글을 쓰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밤에 잠을 자기는 한 것이냐'고 물으시네요. 올해 3월에 미라클 모닝을 시작해서 요즘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는데, 5시 30분에 눈을 떠서 성경을 읽고 묵상할 수 있음에 참 감사합니다. 아마 그때 새벽 기상 루틴을 만들지 않았으면 저는 이번 성경통독도 정말 힘겹게 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제 출근 준비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내 욕심이 앞서지 않고 하나님 뜻을 먼저 생각하는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Photo by Simone Hutsch on Unsplash